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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생산요소 키워야 제품 경쟁력·부가가치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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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admin Hit : 1,263 Date : 21-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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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벤처기업 '247코리아' 직원들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호신용 스마트폰 케이스 '볼트 케이스'를 소개하고 있다. 

이 회사는 전문 제조기업을 통해 제품소재와 경량화 등 생산 아웃소싱을 위한 컨설팅을 받아 내년에 제품 5000개를 생산할 계획이다. 247코리아 제공 




■ 제조업 혁신, '소프트파워'가 답이다 (하)

최근 우리 경제의 성장동력인 제조업이 일본의 엔저 정책과 중국의 기술추격 등으로 '넛크래커' 위기를 맞고 있다. 세계적으로 제조기술과 품질이 평준화·표준화되면서 기존의 양적 투입 중심 성장전략은 한계에 도달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제조업계는 창의성과 혁신을 바탕으로 설계와 디자인 등을 차별화해 부가가치를 내는 '소프트파워'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소프트파워 변화 움직임과 국내 제조업의 혁신방안을 2회에 걸쳐 살펴본다.

국내 벤처기업 '247코리아'는 위험 상황에 빠졌을 때 5만 볼트의 호신용 전기충격기로 사용할 수 있는 스마트폰 케이스를 개발했다. 이 케이스를 사용하는 여성들은 따로 호신용품을 가지고 다니지 않아도 될 뿐만 아니라,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촬영해 경비업체로 현재 위치와 함께 전송하는 기능을 통해 신속히 범죄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 하지만 사용자 안전에 특히 주의해야 하는 제품인 만큼, 실제 상품으로 생산하기 위해선 높은 제조 기술이 필요했다. 이 회사는 정부를 통해 전문 제조기업을 소개받아 제품 소재 선정과 경량화 등 제작 컨설팅을 받은 데 이어 생산을 아웃소싱해 내년에 5000대를 양산할 계획이다.

이처럼 신선한 아이디어와 기획력을 갖춘 기업들을 '공장 없는 제조기업'으로 성장시키고, 기존 제조기업들의 역량을 강화하는 '소프트파워' 혁신이 국내 제조업계의 미래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제조업에서의 소프트파워란 제품의 부가가치를 결정하는 핵심요소로, 기획, 설계, 디자인 등 제조 이전의 무형의 생산요소를 의미한다. 장비와 인프라 등 유형적 요소를 중심으로 한 '하드파워'가 이끌던 산업시대와 달리 지식·정보화 시대에는 소프트파워가 강한 기업이 제조업의 가치사슬을 지배하고 있다. 제조기술과 품질이 평준화·표준화되면서 소프트파워에 기반한 창의적 기획과 기능이 부가가치 창출의 핵심요소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애플의 아이폰, 테슬라의 전기차, 구글의 자율주행차 등은 이런 소프트파워를 통해 기존 시장을 뒤집고 새로운 시장을 창출한 사례로 꼽힌다.

하지만 국내 산업계는 주력업종에서조차 선진국과 비교해 소프트파워 경쟁력이 뒤처져 있는 상황이다. 해양·화학플랜트 분야에서 전체 공장설계 역량을 갖춘 기업은 전무하고, 부분공정의 기본설계가 가능한 기업도 중소 규모의 10여 곳에 불과할 만큼 전문기업 수나 투자규모, 고급 인력 등 대부분 영역이 열악한 수준이다. 특히 중소 제조기업들은 소프트파워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경우가 많고, 투자 여력도 부족해 자체 역량 강화가 힘든 것이 현실이다.

이에 정부는 중소·중견 제조기업의 소프트파워 전문기업 활용을 촉진하고 공장 없는 제조기업 활성화를 위한 '제조업 소프트파워 강화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이 사업을 통해 247코리아 사례와 같이 소프트파워 전문기업이 활용할 수 있는 생산전문 기업 데이터베이스(DB)와 플랫폼을 구축해 공장 없는 제조기업으로 육성한다. 또한 소프트파워가 필요한 중소 제조기업을 발굴해 전문기업을 매칭하고 서비스 구입 비용을 지원한다.

올해 이 사업의 지원을 받은 중소기업 '신영유니크'는 진공펌프에 사용되는 분기통 주조에서 불규칙하게 발생하던 기포와 수축 결함을 해결하기 위해 전문 엔지니어링 기업의 컨설팅을 받았다. 3D 설계와 주조 시뮬레이션을 통해 최적의 주조방안을 찾아낸 이 회사는 기존에 10∼15%에 달하던 불량률을 2% 내로 줄여 매출이 5억원 늘어나는 효과를 거둘 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소프트파워를 활용한 사례가 더 많이 나오기 위해선 소프트파워 전문기업과 제조기업이 상생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산업통상자원부 조사 결과 아웃소싱 경험이 없는 제조업체 중 약 66.7%가 앞으로 아웃소싱을 통해 소프트파워 전문기업을 활용할 계획이 있다고 답할 만큼 업계의 관심은 높지만, 실제로 저가·저품질 위주의 서비스 시장 환경으로 인해 활용이 저조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전문기업들의 과당경쟁과 덤핑으로 서비스 품질이 낮아지고, 매출과 투자가 감소하면서 경쟁력까지 낮아지다 보니 소프트파워 시장 성장이 제한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

이종필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창의엔지니어링센터 창의산업정책실장은 "국내 기업들은 아직 소프트파워와 같은 무형 자산의 중요성에 대해 잘 모르고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다 보니 다른 기업이 애써 개발한 디자인이나 기술의 가치를 인정하기보단 저렴한 가격에 얻으려고만 하는 경향이 있다"며 "우수한 소프트파워 기업과 함께 이들 기업에서 나오는 아이디어를 제품화할 수 있도록 중소·중견 전문제조기업을 육성하고 서로 디자인과 설계도면을 믿고 맡길 수 있도록 신뢰할 수 있는 시스템과 생태계를 조성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남도영기자 namdo0@dt.co.kr